단청장 김윤오씨… 집념 12년만의 결실
 
“단청문양 8만4천가지 개발했죠”
 
기존문양 20가지뿐… 간절한 화두로

세상 내보내려면 아직 ‘큰돈’필요



 
사진설명: 김윤오씨가 자신이 창안한 연꽃문양을 보며 설명하고 있다.
1990초 불국사. 때는 10월 온 산천이 불타고 있었다. 깡마른 그러나 눈에는 형형한 불빛이 켜진 것 같은 한 처사가 다보탑과 석가탑 주위를 포행하고 있었다. 김윤오씨(50세)는 알 수 없는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다. 그의 다섯 형제들은 모두 전국사찰의 단청을 하는 단청장들이었다. 모두 단청에 관한 알아주는 ‘실력자’들로서 불국사 단청을 위해 다섯형제가 모두 와 있는 것이었다. 저녁 공양후 그는 가슴속에 불타는 갈증을 씻지못해 탑 주위를 배회하고 있는 것이었다. 그리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이 들었다. 얼마나 잤을까. 그의 머리위로 밝은 색채와 문양이 떠돌기 시작했다. 벌떡 일어난 그가 허겁지겁 주변에 있는 종이를 찾았다. 그리고 연필로 그 문양을 그리기 시작했다. 1시간 2시간 정신없었다. 문양을 그리고 색채를 써넣고 그리곤 쓰러졌다. 정신없이 잤다. 아침에 일어나 보니 그의 머리맡에는 지금껏 볼 수 없었던 단청문양이 그려져 있었다. 신기한 일이었다. 그의 형이 말했다.

“야 윤오너 잠도 자지않고 이걸 그렸냐. 이제 너 원을 이룬 것 같다.”

“형 나 이번 일만 하고 단청문양개발에 매달려 볼거야.”

“그래 그게 내일이라면 한번 해보거라.”

그로부터 12년 그는 8만4천개의 단청문양을 개발해냈다. 지금껏 그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다. 현재까지 일반에 알려진 단청문양은 약 20가지. 그 문양의 난해함과 색깔배합의 어려움으로 누구도 선뜻 손대지 못했던 분야였다. 그런 어려운 분야의 문양을 8만 4천개까지 착안한 것은 오직 두터운 불심 때문이다.

“제 자신보다는 부처님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 서 였습니다. 형제들과 단청을 하러 다니면서 왜 단청문양은 이렇게 숫자가 작을까 왜 개발이 더 안될까가 늘 저의 화두였죠. 그래서 작업이 끝나면 혼자서 종이에다 극적 거려 보았지만 결코 쉽지 않더군요.”

그는 단청에 대한 간절한 ‘원’을 세웠다. 단청작업을 할 때나 잘때나 늘 가슴속에 피어날 연꽃처럼 ‘원’의 꽃이 피기를 간절히 기원했다. 그러던 어느날 부터 그에게는 단청문양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. 그러면 작업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잠을 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문양을 한지에 옮기는 작업에 몰두했다. 깡말랐으나 강건했던 몸은 밤낮없는 작업에 수척해지고 말았다.

“아픈 사람을 보면 ‘그 아픈사람을 낳게해주십시오’하는 마음을 담아 단청문양을 그렸고 사업에 실패한 사람을 보면 ‘그 사람이 재기할 수 있게 해주십시요’하고 단청문양을 그렸습니다.”

12년의 세월을 후딱 흘러갔다. 그가 개발한 8만4천개는 일부를 제외하곤 아직 세상에 내보여지지 않았다. 사찰에 일반인들에게 불자들에게 다가가기위해선 ‘큰돈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. “부처님의 뜻이라면 다 이루어질 것입니다. 저는 열심히 단청을 그려낼 뿐입니다”. 형형한 눈빛을 하며 연필을 뽑아드는 그의 손에 힘이 넘쳐난다. 코스모스와 해바라기꽃이 만발한 강원도 문막의 한 폐교에 ‘단청나라’를 건설하고 있는 김윤오 처사의 머리위로 매미울음소리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.

원주=이상균 기자 gyun20@ibulgyo.com
 
2003-08-15 오후 11:25:25 등록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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